85만원에 eos70+번들렌즈, 그것도 새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에 혹해서 구매하려고 했습니다.
물론 어떻게 보면 제 욕심이긴 했죠, "바디만" 중고로 사도 최소 80 넘기는 놈을 렌즈까지 끼고
85에 사려고 한 셈이니까요. 게시글 상단에 거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되어 있음에도,
생뚱맞게 카톡 아이디만 딱 던져주는 것도 이상하긴 했지만 가격도 굉장히 좋고 
원하면 안전거래도 해준다는 얘기에, 땡 잡았다 싶어서 묻지도 따지지고 않고 바로 카톡을 날렸죠. 
 
그 분 카톡 프로필부터가 장관이었습니다. 가족사진이 떡하니 걸려있는 걸 보니까
설마 저런사람이 사기를 칠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구요.
  
물론 그렇다고 아주 걱정을 안한 건 아니었습니다. 여태 결재 같은 거라고는 위메프나 지마켓에서
주로 가격대비 양 많은 뮤슬리 같은거나 사 먹는게 고작이었으니 나름 걱정도 됐죠.
애시당초 중고거래, 특히 몇십만원 수준의 고가 거래(?)는 처음이니까요.
또 제가 원래 성격상 의심이 많기도 했구요.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
다닌다는 회사를 검색해봐도 있는 회사고, 심지어 "안전거래"를 하자고 하니까
그야말로 완전히 믿음이 가게 됐습니다.
 
근무중이라 5,6시에나 거래할 수 있겠다는 말을 듣고 기다리고 있는데
아직 5시도 안된 시간에 카톡을 하더라고요. 그런데 그때 조차도
이상하다 싶기만 했지 낌새를 못느꼈죠. 아, 근데 이거 핸드폰으로
링크를 걸릴래 마침 예전에 가짜 링크나 사이트로 돈 빼돌리는
수법에 대해서 들었던게 딱 떠올랐습니다. 참 저로서는 행운이었죠.
당연히 의심이 갔고, 진짜처럼 보이는 안전결재 창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
한 몇분간 검색창을 열나게 두드려 댔습니다. 아..., 사기 수법과
같은 유형의 행동을 그 사람이 하고 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.
 
그래도 혹시, 사기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에 확인차
유니클로로 거래를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. 그랬더니 급잠수.
카메라 한 대 사고 싶었던 제 바램이 남의 손에 거저 넘어가기
불과 몇분 전에 그야말로 극적으로 벗어났다고 생각하기 참 허탈했습니다.
아무리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라지만 설마 안전거래인데 문제가 있을까 했었는데 참....;
 
제가 정말 욕심 부렸다는 것도, 사람이 사람을 속인다는 것도,
의심이 많은덕에 위기를 모면했다는 사실도 어떻게 보면 참 안타깝고, 또 씁쓸합니다.
슬픈 일입니다, 의심이 도움이 되는 세상이라니 말입니다.
개인적으로는 제가 너무 욕심낸 탓도 있다고 생각해서 그다지 분하지는 않지만
어떻게든 추가피해 없이 잡혀서 그 사람도 더 이상 속이는 일은 안 했으면 합니다.
 
ps - 막상 쓰려니 피해 사례에 올려야 할지 사기 예방했어요에 올려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여기에 올립니다.